이자람이 읊는 '이순신의 꿈'…양날의 검이 된 강력한 존재감

입력 2023-11-13 19:43   수정 2023-11-14 00:53


이순신이 이자람의 판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예술단이 올해 신작으로 내놓은 ‘순신’(사진)은 충무공 이순신의 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98년 전사하기 이틀 전까지 이순신이 써 내려간 ‘난중일기’에는 40여 개의 꿈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그의 꿈과 역사적 사건을 교차 편집해 이순신의 삶과 고뇌를 그렸다.

이 작품의 장르는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판소리와 뮤지컬, 무용이 결합된 이른바 ‘총체극’(여러 장르의 예술이 결합된 극)에 가깝다. 개막 전부터 이지나 연출가, 김문정 음악감독,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 뮤지컬계 ‘드림팀’ 창작진이 모인 것으로 화제가 됐다. 무용수 형남희가 주인공 순신 역을 맡아 시각적·신체적으로 이순신의 고뇌를 표현했다. 뮤지컬 배우들이 전반적인 서사 진행을 담당하고, 무인 역을 맡은 배우 이자람이 중간중간 판소리로 상황을 묘사한다.

판소리로 묘사하는 한산·명량·노량 등 해전 장면은 이 공연의 백미다. 이자람이 직접 작창을 맡았다. 한산대첩은 마치 ‘적벽가’를 연상케 하는 전통적인 판소리로, 명량해전은 장단의 변화로 해류를 이용한 해전을 표현했다. 이순신이 전사하는 노량해전은 정가(전통 성악곡의 한 장르)로 표현했다. 여기에 타악 연주와 피아노 반주, 무용수의 극적인 안무와 추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조명 및 영상 효과 등이 더해져 관객의 머릿속에서 치열한 해전 장면이 완성된다. ‘보는 전쟁’이 아니라 ‘듣는 전쟁’이 휘몰아치면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다만 이자람의 강한 존재감은 이 공연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이자람의 존재감은 너무 묵직한 반면 나머지 뮤지컬 배우들의 존재감은 너무 가볍다. 전통적인 판소리와 현대음악 위주로 이뤄진 뮤지컬 넘버가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서사적인 측면에서도 다소 아쉬운 면이 발견된다. 이순신이 단편적으로 꾼 꿈이 서사 진행의 주요 소재가 되다 보니 기승전결의 완결성이 부족하다. 중간에 이순신의 아들 면과 하연의 러브스토리는 서사의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한 의도로 삽입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를 다루는 극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의 ‘난중일기’에서 지금껏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은 꿈 이야기와 이자람의 소리를 듣고 싶은 관객이라면 관람을 추천한다.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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